경정출주표 하지만 사설경정사이트【 T119.ME 】 그는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뒷짐을 진 채 묵묵히
하늘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고왕부의 김적입니다."
그때서야 왕삼은 뒤를 돌아보며 웃음을 지었다.
"보름달이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그려."
뚱딴지 같은 그의 말에 김적은 잠시 달에 사설경정사이트【 T119.ME 】 눈길을 주고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렇군요. 얼마 만에 달을 보는지 모르겠군요."
"꽤나 사설경정사이트【 T119.ME 】 분주하셨나 봅니다."
김적이 송구스러워하며 말을 이었다.
"말씀을 놓으십시오. 미천한 소인이 감당하기 어렵습니
다."
왕삼이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저는 고려라는 사설경정사이트【 T119.ME 】 나라를 잊은 지 오래입니다."
그의 말에 김적이 정색을 하고 대답했다.
"하지만 소인의 가슴속에는 아직도 고려가 살아 있습니
다."
한순간 두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그들은 그렇게 물끄러미 서로의 눈 속을 사설경정사이트【 T119.ME 】 들여다보고 사설경정사이트【 T119.ME 】 있
었다. 곧 김적이 사설경정사이트【 T119.ME 】 다시 읍을 하고 왕삼에게 말했다.
"소인이 사설경정사이트【 T119.ME 】 얼마전에 꼭 만나보셔야 할 분이 있다고 말씀드
린 바 있습니다."
기억을 떠올린 왕삼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이곳에 와 계십니다."
말을 마치자마자 김적은 등을 사설경정사이트【 T119.ME 】 돌리고 앞장을 섰다.
왕삼은 잠깐 생각에 잠기더니 사설경정사이트【 T119.ME 】 바로 그의 뒤를 따라 발길
을 옮겼다. 두 사람의 신형이 달빛 아래 쾌속하게 날아가기
시작했다.
소요곡을 벗어나 십여 리 정도 떨어진 으슥한 숲 속에 제
법 수량이 풍부한 샘터가 있다.
어찌 보면 샘이라기보다 작은 연못이라 말해도 무방한 곳
이었다.
사방 1장에 달하는 샘은 바닥에 달빛이 다 비칠 만큼 맑
았다. 그리고 수면은 거울처럼 사설경정사이트【 T119.ME 】 매끄러워서 세상 만물을 다
비출 수 있을 듯했다.
김적의 인도를 받아 그곳에 도착한 사설경정사이트【 T119.ME 】 잠시 아름다운 풍경에
넋을 잃었다. 어둠 속에 울리는 풀벌레 소리가 간질간질 귓
가를 사설경정사이트【 T119.ME 】 간질이고 있었다.
"저곳에 계십니다.'
김적이 사설경정사이트【 T119.ME 】 나직하게 사설경정사이트【 T119.ME 】 속삭여 왔다.
과연 샘가에 장포를 입고 긴 검을 찬 노인이 우뚝 서 있
었다. 아름다운 풍경과 묘한 조화를 이루고 서 있는 그는
천년을 산 고목처럼 기품이 있어 보였다. 김적과 왕삼은 지
체없이 몸을 날려 그의 등 뒤에 내려섰다.
그들의 기척을 알아챈 노인이 몸을 돌렸다.
왕삼과 노인은 눈을 마주친 채 서로의 얼굴을 응시하였
다. 왕삼은 남몰래 사설경정사이트【 T119.ME 】 감탄을 금치 못했다.
'대단한 기세의 노인이로구나!'
움푹 패인 눈에는 나이답지 않게 맑은 정기가 가득했고
희고 긴 수염은 기름을 사설경정사이트【 T119.ME 】 바른 듯 윤기가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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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전신에서 풍기는 예리한 기운은 마치 한 자루
의 예검(銳劍)을 대하고 있는 듯했다.
노인이 갑자기 무릎을 꿇고 왕삼에게 부복(俯伏)을 했다.
"미천한 죄인이 왕손(王孫)께 죄를 청하옵니다!"
난처해진 왕삼이 가까이 다가가서 그를 일으켜 세웠다.
"나라가 망했는데 사설경정사이트【 T119.ME 】 왕손이 다 무슨 사설경정사이트【 T119.ME 】 말입니까. 그리고 죄라
니, 가당치도 않은 말씀입니다."
하지만 노인은 한사코 엎드린 자세를 풀지 않았다.
"아뢰옵기 황송하지만, 만고의 역적 이성계는 사실 제 친
우였습니다."
그 한마디에 왕삼은 적지 않게 놀랐다.
'누군지는 사설경정사이트【 T119.ME 】 모르겠지만 대단한 내력을 가진 인물인가 보
군.'
그는 다시 억지로 노인의 손을 잡아 몸을 일으켜 사설경정사이트【 T119.ME 】 세웠다.
"이러지 마십시오. 이제 저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일입
니다."
노인이 마지못해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왕삼이 사설경정사이트【 T119.ME 】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그런데 노인장은 대체 뉘신지요?"
잠시 망설이던 노인이 드디어 자신의 신분을 털어놓았다.
"소인은 옛 자부문의 문주 박우립이라고 합니다."
'박우립이라고?'
그 이름 석 자를 듣자마자 왕삼의 가슴은 요동을 치기 시
작했다. 박우립! 그는 바로 이정이 그토록 찾아 헤맸던, 자
부경과 관련된 인물이 아닌가.
'세상의 이치란 묘하기도 하구나!'
왕삼은 뜻밖의 인연에 탄식하고 말았다.
이정이 그렇게 찾으려고 발버둥치던 사람을, 정작 왕삼
은 손쉽게 맞닥뜨린 것이다. 놀라는 왕삼을 보고 자신을
박우립이라고 밝힌 노인은 뭔가 눈치챈 듯 말을 이었다.
"이성계의 딸을 가까이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그 아이가
아무 목적 없이 이 땅에 온 것은 아닐 터이니, 왕손께서도
저에 관한 사정을 좀 들으셨겠군요."
왕삼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박우립은 긴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왕삼을 응시했다.
"하지만 그 아이에게 사설경정사이트【 T119.ME 】 신경(神經)을 내줄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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