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해마다 9월 1일 열리는 일본 관동 대지진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에는 도쿄도지사가 추도문을 보냈었는데요.
그런데 올해는 관례를 깨고 추도문을 보내달라는 주최 측의 요구를 거절했습니다.
무슨 이유 때문인지 도쿄에서 황보연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기자]
1923년 9월 1일, 일본 도쿄 등 수도권 일대에 일어난 강진으로 수십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관동대지진.
당시 극도의 혼란 속에서 조선인이 폭동을 일으켰다는 근거 없는 소문이 퍼지면서 조선인들에 대한 일본인들의 무자비한 학살이 자행됐습니다.
이처럼 억울하게 숨진 조선인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도식은 매년 9월 1일 도쿄의 한 공원에서 거행돼 왔습니다.
시민단체가 주최하고 유족들이 참석하는 이 행사에 도쿄도 지사는 줄곧 추도문을 보내 위로했습니다.
하지만 현직인 고이케 유리코 지사는 올해 행사에 추도문을 보내지 않기로 했습니다.
지난해만 해도 '조선인들이 까닭없는 피해를 입은, 진심으로 마음아픈 일'이라는 내용의 추도문을 보냈는데 올해 갑자기 마음을 바꾼 것입니다.
[아카이시 히데오 / 추도식 주최 시민단체 사무국장 : 추도문 문제로 도쿄도와 3번의 면담을 거쳐 도쿄도 측이 추도문을 보내지 않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도쿄도 측은 추도문을 보내지 않는 이유에 대해 같은 날 다른 단체에서 주최하는 행사에 고이케 지사가 참석해 모든 희생자에게 애도의 뜻을 표할 예정이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게 전부는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3월 도쿄도 의회에서는 한 자민당 의원이 이 문제를 걸고 넘어졌습니다.
'6천여 명이 학살로 희생됐다'는 비석 문구를 문제 삼으며 고이케 지사에게는 추도문을 보내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 역시 고이케 지사의 변심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입니다.
[아카이시 히데오 / 추도식 주최 시민단체 사무국장 : 지난 3월에 있었던 도의회 의원의 주장에 고이케 지사가 동조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고이케 지사의 이번 결정은 단순히 추도문을 보내지 않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조선인학살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도쿄에서 YTN 황보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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